음나무는 건축재 및 가구재로 이용되는 용재수종이며 봄철에 나오는 새순은 개두릅순으로 알려져 있는 고급 산채이다. 임업연구원에서는 최근 민두릅나무에 이어 음나무의 인공씨눈 및 인공종자 유도에 의한 묘목생산기술을 개발한 바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한다.

종자를 통한 실생번식이나 삽목 등의 영양번식이 효율적이지 못할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조직배양기술이다. 조직배양이란 유리시험관 등의 배양용기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배지 및 생장조절제를 첨가하여 실험실 내에서 식물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이미 난과 식물이나 화훼류 등 여러 식물에서 실용화하였고, 수목류에서도 포플러류, 자작나무류, 유칼리나무 등 여러 수종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묘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공씨눈 유도의 현황

일반적으로 식물체는 수분(pollination)과 수정(fertiliz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씨눈(embryo)을 형성하지만, 조직배양기술을 통해서도 이것을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인공씨눈이란 조직배양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유도한 배(胚)를 말하는데, 전문용어로는 체세포배(somatic embryo) 혹은 기내배(in vitro embryo)라 부른다. 이러한 배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으며, 1958년 Steward 등이 당근의 배양세포에서 관찰한 것이 최초이다. 임목에서는 1985년 독일가문비나무(Picea abies)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 후 식물에서의 인공씨눈 유도 연구는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989년 이후 매년 1,000편 이상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 현재 150종 이상의 수목류에서 연구 보고가 되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씨눈 유도, 즉 조직배양기술로 만들어진 배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등 체세포 조직에서 완전한 식물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접삽목에 의한 번식과 동일한 영양번식법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모수가 지닌 유전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시킨다. 여러 가지 조직배양기술 가운데 인공씨눈 유도를 통한 식물체 번식은 ① 생산효율이 높고, ② 인공종자화가 가능하며, ③ 형질전환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되며, ④ 유전자원의 보존재료로 좋고, ⑤ 종자처럼 다룰 수 있어 유전자원 교류에 편리하다는 것 등의 장점을 지닌다.
인공씨눈 유도는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의 임업선진국에서도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당근이나 알팔파 등의 식물에서 개발된 기술을 토대로 한 것이다. 독일가문비, white spruce, interior spruce 등 세 가지 수종은 이미 산업화 혹은 실용화 연구의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배양기술의 자동화기술 개발과 인공종자화 연구 및 육종기술의 가속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인공종자란 인공씨눈을 유도한 다음 여기에 인공종피를 씌워서 만든 종자를 말한다. 이러한 인공종자를 만들려면 우선 인공씨눈을 만들어서 발아가 잘되고 정상적인 식물체로 재생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적정화시켜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인공종피로 사용되는 것은 알진산을 처리하여 종피를 만들고, 이때 여러 가지 배양물질을 첨가하여 종자의 발아력을 향상시키거나 저장 기간을 연장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삼나무 등의 수종에서 인공씨눈 유도 및 인공종자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현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Kirin Brewery Co. Ltd에서는 아스파라거스의 인공씨눈 유도 및 인공종자화 연구로 포지에서 생장이 가능하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기술 개발의 배경

음나무의 새순은 개두릅순으로 알려져 있으며, 봄철의 고급 산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수피는 해동피(海桐皮)라 하여 진통, 해열, 두통, 혈관확장, 혈압강하, 요통에 약효가 있어 한약재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생하는 두릅나무가 봄철의 새순은 물론 수피의 채취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채취되어 자생하는 음나무의 군락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소득의 증대와 더불어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고급 산채로서의 음나무 순을 많이 찾고 있다. 이처럼 수요는 증대하고 있으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통상 종자로 번식되는 음나무는 적기에 충실한 종자의 확보가 중요하고, 종자의 정선 후 2년간의 노천매장을 해야만 발아되는 특성이 있다. 충실한 종자의 확보와 종자결실의 풍흉에 따른 채종상의 문제는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묘목번식의 장애가 된다. 한편 음나무는 어린나무의 뿌리를 잘라 번식시키는 근삽목의 방법으로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용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근삽목을 하려면 일시에 대량의 묘목이 필요하고, 삽목 시기가 봄철에만 가능하여 삽목묘의 최아율(싹이 나오는 빈도)도 낮고, 뿌리가 내리기까지 수개월이 걸려 효율적인 번식법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임업연구원에서는 조직배양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음나무의 묘목생산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민두릅나무 인공씨눈 유도기술을 음나무에 적용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실용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된 실험이 필요하다. 음나무의 인공씨눈 유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는 1998년에 민두릅나무의 인공씨눈 유도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출원한 바 있고, 당시 이러한 기술을 음나무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임업연구원의 인공씨눈 유도기술은 이미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90년대에는 상수리나무, 피나무 등 여러 수종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어느 정도의 연구기반이 조성되고 있었다. 2000년 말에 필자는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교로 단기연수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음나무의 시료를 일부 가지고 가서 실험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준비해간 시료에서 몇 개의 인공씨눈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음나무의 조직에서 유도된 인공씨눈의 사진을 찍으면서 가슴 뿌듯했던 그때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지도교수로 있던 원예학과의 Tony Chen 박사에게 몇 번이나 자랑을 했는데, 그분도 ‘beautiful’을 연발하며 축해해주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시작된 음나무의 인공씨눈 유도기술은 반복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묘목의 대량생산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민두릅나무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많아서 음나무의 인공씨눈 유도기술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공씨눈에서 발아시켜 정상적인 묘목으로 만드는 효율을 높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인공종자화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인공씨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몇 번의 반복된 실험을 거쳐 인공종자화를 통해 발아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봄 인공씨눈으로 재생된 음나무 묘목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및 강원도산림개발연구원으로 각각 5,000본씩 분양하여 현지 생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시가 없는 개체 및 임업연구원에서 선발한 우수한 개체의 인공씨눈 유도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이 보다 향상된다면 기존의 방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던 임목의 육종개량 사업도 수년으로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아울러 형태가 우수한 음나무나 두릅나무 개체를 알고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연락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