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오가피를 장기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한다하여 오래전부터 신경통, 류머티즘, 당뇨, 중풍, 고혈압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약용식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다. 연구와 더불어 이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려는 일반인의 인식과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하겠다.



섬오갈피나무

오갈피나무속(Eleutherococcus; 동의어Acanthopanax) 수종은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 나무로 폴리네시아, 유럽, 말레이반도, 북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동부아시아에 15종 정도가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갈피, 가시오갈피, 지리산오갈피 등이 가장 많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 섬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koreanum Nakai)는 우리나라, 특히 제주도에 자생하는 제주특산 수종으로 높이가 3~4m에 달하며 줄기에 짧고 굵은 가시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해발 1,400m 이하에 주로 자생하여 일명 ‘탐라오갈피’라고도 불린다. 가시오갈피가 호냉성 수종으로 중부 이남에서는 여름에 생장이 더디고 피해를 받는 반면 섬오갈피는 가시오갈피에 비해 생육적온이 높다.


이용과 약용성분

학명인 아칸토파낙스(Acanthopanax)에서 아칸토(Acantho)는 ‘가시나무’, 파낙스(panax)는 ‘만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릅나무과 식물들은 대부분 약용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좬동의보감좭이나 좬본초강목좭에 의하면 오가피 뿌리, 줄기 및 가지의 껍질 등을 장기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한다하였다. 섬오갈피는 가시오갈피 등 다른 오갈피속 식물과 함께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신경통, 류머티즘, 당뇨, 중풍, 고혈압 등의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1965년 Ovodv 등에 의해 가시오갈피의 뿌리에서 리그난 배당체인 엘류세로사이드(eleutheroside) A∼G가 분리 보고된 이후 인체에 미치는 약리적 활성이 밝혀짐에 따라 항피로, 항스트레스, 중추신경 흥분, 대사촉진, 근육강화, 항암, 항염증, 해독작용 등 생체기관의 전반적인 기능 증대에 대한 연구결과가 알려졌다.
현재까지 섬오갈피에는 쿠마린류 화합물인 엘류세로사이드 B1, 스테로이드 및 트리털페노이드류인 베타-시토스테롤, 리그난류의 엘류세로사이드 E와 B, 사포닌류로는 엘류세로사이드 A, I, K, L, M, 시우지아노사이드 A-E, 이외에도 아칸토사이드 D가 분리되었다. 그 중 엘류세로사이드 E와 B는 항스트레스, 항균 등에 있어 강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고,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은 위궤양을 억제하며 엘류세로사이드 E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주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대학에서 1988년 섬오갈피에서 아칸토산(acanthoic acid)이라는 물질을 발견하였는데 이 역시 항염증과 항섬유증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신약소재로의 관심이 증대되었다.


국내 관련 연구동향

이러한 약용성분은 식물체 전체에 분포하지만 줄기나 잎보다는 뿌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뿌리를 수확하면 다시 양묘하여 약효가 있는 나무로 재배할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오갈피속 식물은 대부분 극도의 미숙종자이고, 종자가 휴면성이 있어 발아에 2년 이상이 소요되어 재배한다하더라도 대량생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강원대 산림자원학부에서 오갈피속 수종의 체세포배를 배양하고 인공종자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생리활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뿌리를 연중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는 생물공학 기법을 이용하여 생물반응기(Bioreactor)라는 무균배양 시스템에서 식물의 뿌리만을 배양하는 기술로 국내외적으로 인삼 등 약용식물로부터 biomass 및 유용물질 생산연구에 주로 이용된다.
약재로만 이용되어온 섬오갈피의 이용을 확대시키기 위해 제주도 농업기술원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 및 이를 이용한 건강식품 개발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왔다.
또한 현재 국내 몇몇 벤처회사에서도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맺음말

섬오갈피나무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제주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약효가 알려지면서 마구잡이 채취가 이루어져 자생지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섬오갈피나무는 약용식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다. 학술적인 면에서 식물학적, 약리적 가치를 밝히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생지에서 이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려는 일반인의 인식과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