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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자료는 2011년 9월호 산림지에 실린 글입니다.

BT 기술로 복원되는 우리 산림자원-땃두릅나무

글·사진 / 박소영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

국제자연보호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IUCN)은 2011년 ‘레드리스트(Red List)’에서 멸종위기식물을 2,528종으로 분류하며 이 중 1,716종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종 중 약 5%만이 반영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소멸위기에 있는 식물종이 실제는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1997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는 우리나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217종 및 후보종 42종을 분류 수록하며 적극적인 보존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1992년 6월 환경문제에 관한 세계정상회담인 브라질 리우회담에서도 거론된 바와 같이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자생식물 중 개체수와 자생지가 감소되고 있어 계속적인 보호·관리가 필요한 식물들을 ‘희귀식물’이라고 하여 산림법 시행규칙 제51조 규정에 의하여 217종을 지정하였고, 2005년 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을 ‘멸종위기식물’로 54종을 지정하여 보호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귀 및 멸종위기 수종은 대체로 분포지역이 제한적이고 개체수가 적으며, 자생지 특성으로 인해 종자결실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산림자원의 보존 및 증식 차원에서 효율적인 인공복제·증식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최근 생명공학기술은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을 증식·보존하는 일에도 주요하게 이용되는데 이는 유전자원의 보존 및 확대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조직·세포배양 기술은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의 증식과 보존에 있어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희귀종은 개체수가 제한적이어서 종자결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잎, 줄기, 뿌리 등 체세포 조직을 절편으로 인공배양을 시작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1995년 이후 BT 기술을 이용하여 다수의 멸종위기 수종에 대한 기내증식법을 확립하였고 결과는 수종에 따라서는 증식에 의한 자생지 복원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수행되어온 결과로 볼 때 희귀 및 멸종위기 수종에 대한 조직배양 기술의 적용은 식물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기존의 관행적인 증식법에 비하여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수종에 대한 최적화된 배양조건이 확립되지 못한 것은 배양재료의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시험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일단 조직·세포배양을 통해 증식이 이루어지면 토양활착과 유묘 육성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식물체로 발달시킬 수 있으며 망개나무, 미선나무, 산개나리 및 솜다리 등에서 자생지 복원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기내증식을 통해 많은 묘목이 생산된다 하더라도 식물체를 현지외 복원 혹은 자생지 복원을 통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내배양을 통해 증식된 묘목을 현지외 혹은 자생지에 복원하여 관리하는 체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소멸위기 산림자원의 기내 대량복제 연구 결과 중 약용자원으로 유망한 땃두릅나무의 체세포복제 과정과 이 기술을 통한 희귀 산림자원의 복원 및 이용 가능성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땃두릅나무(Oplopanx elatus)란?

땃두릅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수고 2~3m에 달한다. 약용수종으로 해발 500~1,500m의 러시아 북동부 산악지대와 중국, 우리나라의 일부 산간에만 자생할 정도로 그 분포가 매우 제한적이다. 다른 두릅나무과 식물들(인삼, 가시오갈피, 두릅나무, 음나무 등)과 마찬가지로 땃두릅 또한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이용되어온 약용수종이다. 땃두릅나무는 천삼이라고도 불리고 『본초강목』에서는 자인삼(刺人蔘)이라 하여 귀한 약재로 사용하였고, 예전부터 민간에서 신경, 간경, 소장경, 방광경에 작용하는 약재로 이용되어왔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뿌리에 함유되어 있는 약용성분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혈압유지, 항우울증 및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효능이 인삼과 유사하다고 해서 1955년에 러시아에서는 의약원료로의 이용이 허가된 바 있다. 현재는 남채로 인해 희귀종으로 분류되어 증식기술 확립과 보존할 필요가 있다.

BT 기술을 이용한 땃두릅나무의 체세포배 복제국립산림과학원 클론임업기술개발실에서는 사라져가는 우리 산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방태산과 설악산에서 채취한 미숙배를 배양하여 2개 라인의 배발생세포주(각각의 단일세포가 완전한 식물체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유도하였다. 식물생장조절물질인 2, 4-D와 세포분열을 돕는 아미노산계열 물질인 글루타민을 첨가한 배지에서 배발생세포주가 유도되었으며 동일한 배지에서 연속적인 증식이 가능하였다. 1년 이상 증식된 세포주를 ABA와 활성탄이 첨가된 배지에서 배양하여 종자배와 같은 체세포배를 인공적으로 유도하였다. 이렇게 재생된 기내 어린 소식물체는 야외의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 30% 정도만이 시험관 밖으로 나와 토양에 활착하여 생존하였다.
저조한 땃두릅나무의 순화율을 향상시키고자 시험관 안에서도 스스로 영양분을 생합성할수 있도록 기내배양환경을 광독립영양 상태로 유지하여 광합성 능력이 증가된 식물체를 생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토양활착률을 획기적으로 증가(92%)시킬 수가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8년 체세포배발생을 통한 땃두릅나무의 기내번식 기술을 특허등록(제10-0816737호)하였으며, 2011년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였다. 현재는 실제 서식지 환경과 유사한 해발 500~600m 고지에 체세포배 복제된 땃두릅나무를 식재(2006~2007년)하고 생육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희귀 약용자원인 땃두릅나무의 보존방안을 마련하고 또한 조금은 성급할지 모르나 세포복제를 통한 확보된 재료를 이용해 약용자원으로서의 그 이용방안을 확대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종에 대한 산림자원의 보존과 증식을 위해서는 생명공학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유전, 생태, 분류, 토양 등 보다 다양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공동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상호 유기적인 공동연구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희귀 산림자원을 보존하려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우리는 계속 우리 산에서 이러한 식물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