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서 오디와 복분자를 재배하는 도재화•유미현 씨 부부는 여름 내내 굵은 땀방울 을 쏟는다. 8월 초까지가 수확기이기 때문. 오디와 복분자는 붉어졌다가 이내 검게 변하는 열매 모양부터 수확 시기, 먹는 방법마저 꼭 닮은 산림작물이다.



몸에 좋은 먹을거리만 골라 심었죠

도재화 씨 부부가 정읍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제일 먼저 재배한 작물이 오디와 복분자다. 생산량이 많고 크기가 큰 다른 과실에 밀리던 복분자, 누에의 먹이인 잎만 돈이 된다던 뽕나무의 열매 오디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지금이야 항산화다 웰빙이다 해서 많이들 알지만 당시에는 돈이 되겠냐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어릴 적 흔히 접한 것들이라 향수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재배를 결심했죠.”
부부가 함께 키울 수 있는 만큼만 심었고, 큰 욕심 내지 않고 재배해 알음알음 판매를 해나갔다. 복분자는 7~8년, 오디는 최근까지도 생과실을 판매할 만한 시장이 없어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배가 어렵지 않다는 것.
“뽕나무는 비교적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랍니다. 하지만 물이 많은 땅에서는 잘 자라지 않으니 물이 잘 빠지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땅이 가장 좋아요. 처음 나무를 심을 때 유기물을 10a당 2t 정도, 석회는 200kg 정도 구덩이에 넣은 뒤 심으면 잘 자랍니다.”
일반적으로 잎을 이용하는 뽕나무는 골을 파고 심지만, 오디용 뽕밭은 심는 나무 수가 적어서 사과나 배나무처럼 구덩이를 파고 심으면 된다.
도재화씨 부부가 심은 뽕나무의 경우, 나무를 심을 당시에는 나무 크기를 낮추는 재배법이 개발되기 전이라 나무 크기가 2~3m 정도다. 그래서 나무 관리나 열매 수확도 조금 어려운 편. 하지만 현재는 오디용 뽕나무 높이를 농가의 편의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 재배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뽕나무의 나무 모양은 낮춤형•중간형•교목형 등 3가지다. 가장 많은 것이 중간형으로, 낮춤형은 수확하기는 쉽지만 생산량이 적은 편이고 교목형은 관리가 어려워서다. 중간형은 나무의 높이가 좀 높아 가지 밑에 달린 오디는 손으로 수확하고, 높이 달린 오디는 밑에 비닐이나 그물망을 깔고 수확한다. 한 그루당 수량이 많이 나고 관리법도 비교적 쉽다. 부부의 나무 모양은 중간형과 교목형의 중간 형태에 해당된다.


땅에 떨어지면 품질도 떨어져 ‘수확할 때 조심 또 조심’

오디는 심은 후의 관리도 수월한 편이다. 병충해가 거의 없어 농약도 치지 않고, 생리장해도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해마다 봄에 전면시비 형태로 비료를 줍니다. 시간이나 노력, 비용이 많이 들지만 친환경 유기질 퇴비를 아내와 함께 일일이 나무에 뿌려주죠. 봄 비료는 1년 주는 양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정도를 줍니다. 나머지는 8월 초에 오디를 수확하고 나면 바로 가지를 정리하고 나서 뿌려요. 봄 비료가 여름 수확기까지 힘을 보태준다면, 여름 비료는 이듬해 봄까지 더 오랜 기간 나무가 힘을 내게 해주니까 더 많이 줍니다.”
뽕나무 관리 중에서는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겨울에는 추위에 약해 얼어버리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특히 가뭄에 치명적이라 여름에는 물주기에 신경 써야 한다.
오디는 뽕나무를 심은 후 대부분 3년차부터 달리기 시작해 4년차부터 수확이 늘어난다. 부인 유미현 씨는 “가을에 만들어진 꽃눈이 겨울을 지나 이듬해 잎이 필 때쯤, 겨드랑눈 사이에서 피어나 오디가 된다”고 말했다. 또 “비교적 가는 가지에 많이 달리므로 가는 가지를 많이 확보해야 수량을 늘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가는 가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나무 모양이 좋지 않고, 품질도 떨어지게 되므로 수시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씨 부부가 생산하는 오디의 양은 평당 3~4㎏ 정도다. 수확할 때는 과실이 연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복분자보다 높은 가지에서 따기 때문에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유씨는 “오디는 땅에 떨어지면 품질도 같이 떨어지는 셈”이라며 “떨어진 오디는 부패하기 쉽고 흙이 묻으면 떼어내기도 어려워 땅에 떨어진 것은 줍지 않고 버린다”고 말했다.


생과 구입해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 늘어

도씨 부부가 재배하는 오디 품종은 ‘대성뽕’으로 나무에서 열매가 잘 떨어지지 않고, 한 나무에서도 익는 시차가 커 부부가 수확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생과용으로 가장 인정받는 품종 중 하나다. 하지만 생과 소비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즙 함량이 높아 저장성이 약해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따서 바로 즙으로 가공하거나 냉동 보관한 다음 가공업체에 납품한다.
“오디는 한 달 새에 첫 수확에서 마지막 수확까지 해요. 비를 맞으면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수확기에 비가 자주 오는 지역에서는 신중히 생각하고 심어야 해요. 특히 저장성이 거의 없으니 판로부터 확보하고 심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예전에는 전량 즙을 내거나 설탕과 1:1로 재운 효소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지금은 오디 생과가 알려져서 수확기 몇 주간 택배판매도 하죠.”
오디는 옛 의학서적에 ‘소갈증(당뇨병)에 좋으며, 간장과 신장에 도움을 주고, 양혈거풍(養血去風, 피를 많게 하고 풍을 없애줌) 작용이 있다’고 나와 있을 정도로 선조들에게도 인정받았다. 또한 노화 억제 성분이 포도보다 20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으며, 당도가 16° 이상으로 높으면서도 설탕이 아닌 혈당을 조절해주는 성분이 많아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항산화 작용으로 암세포 억제와 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 레스베라트롤도 풍부하고, 위궤양 치유, 탈모 방지 등의 효과도 새롭게 입증되고 있다.
건강 기능성과 효과가 다양하게 밝혀지면서 먹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아직까지 가장 흔한 것은 즙이나 효소가공을 한 뒤 물에 타서 음료로 마시는 방법. 일반 가정에서는 오디를 이용해 손쉽게 과즙•잼•술 등을 만들 수 있다. 냉동보관한 오디는 분쇄기로 갈면 생과일 아이스크림이 되고, 요구르트를 넣고 갈아 마시면 건강에 좋은 음료가 된다. 식품업체에서 과즙이나 아이스크림, 떠먹는 요구르트로 제품화한 것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디 가공은 복분자가 먼저 열어준 길

이렇듯 오디를 먹는 방법이 다양해진 데에는 복분자의 역할이 컸다. 여름에 수확하고 저장기간이 극히 짧다는 특성이 복분자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복분자는 황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노화방지, 간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의 불임증, 신장기능 개선, 피를 맑게 해주는 등 몸에 좋으면서도 복분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 때문에 거부감이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유미현 씨는 “복분자는 산기슭•폐경지•화전지 주변 양지가 재배하기 적당해요. 햇빛이 잘 들면 건조하거나 습한 조건에 관계없이 잘 자라죠. 오디보다 키가 작고 더위나 추위에도 강해서 약간 수월한 편이에요. 다만 국내 생산량이 많아 농가소득을 생각한다면 복분자만 하는 것보다 오디나 다른 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게 유리하죠.”
도씨 부부가 재배하는 복분자는 나무키가 작은 품종으로 지주를 설치한 간이시설재배 형태다. 시설재배 복분자는 당도가 10〜14°로 노지재배에 비해 2~4° 높고 과즙이 풍부해 더 인기다.
복분자는 수확 후 가지관리가 중요하다. 부인 유씨는 “올해 열매가 달린 가지는 늦가을에 저절로 죽는데,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열매를 따낸 뒤 곧바로 제거하는 것이 이듬해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데 좋다”면서 “또 재배할 때 유기질 발효퇴비를 뿌려주는데, 화학비료를 주면 가지의 웃자람이 심하고 수확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른 웰빙 오디의 짝꿍 ‘붉은빛 복분자’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체리와 블루베리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복분자와 오디가 있다. 맛과 당도는 물론이고, 빛깔이면 빛깔, 건강 기능성까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복분자와 오디가 단연 우수하다.
이들 작물은 재배가 잘되는 수확 시기, 그 쓰임까지 닮았다. 즙을 냈을 때 대조적인 붉은 빛과 푸른빛마저 잘 어울리는 짝꿍 여름 과실이다.
그래서 도씨 부부는 복분자와 오디를 함께 재배한다. 농장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마저 이들 부부처럼 다정하다. 재배관리도 동시에 수확도 동시에 해야 하니 바쁠 때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색색의 여름 과실을 함께 판매하면서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생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었어요. 냉장상태로는 저장이 어려워서 생과 구입 기간이 한 달밖에 안 되는데도,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은 그 기간에 딱 맞춰 주문하더라고요. 복분자와 오디를 함께 생산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입으로는 다양한 맛을, 눈으로는 다양한 색의 건강음료를 즐길 수 있죠.”문의 063-535-8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