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딸기(Rubus coreanum)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이고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지방 및 중부지방의 해발 50~1,000m의 산기슭 양지에 자생한다. 5~6월에 흰 꽃이 피고 7~8월에 열매가 성숙되는데 열매는 둥글고 붉은색으로 익은 후 검붉은 색으로 완숙되어 달고 신맛과 독특한 향이 난다. 나무딸기의 종류에는 줄딸기, 섬딸기, 곰딸기, 장딸기 등 22종이 있다.
복분자딸기 열매의 용도는 다양하며 성숙 정도에 따라서도 쓰임이 다르다. 원래 복분자(覆盆子)라는 말은 한방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나무딸기류의 미숙과(덜 익은 열매)를 쪄서 말린 한약재이다. 예로부터 복분자딸기의 미숙과는 약용으로 사용되어 양기, 신기 부족으로 인한 유정, 정액 부족, 발기부전의 치료나 손상된 간의 보호에 사용되었다. 완전히 익은 성숙과는 식용으로 사용되거나 음료나 주류의 원료로 사용된다.
복분자딸기 열매가 가공식품 및 주류산업에 크게 이용되면서 농가의 재배 면적이 점차 늘어나 새로운 농가소득을 향상시키는 유망자원식물로 전망되고 있다. 농산물의 수입개방에 따라 농산자원이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생약자원을 단순 가공처리로 이용하기보다 이들이 함유하고 있는 생리활성물질을 개발하고 기능성화시킨다면 그 이용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복분자딸기 열매의 다양한 용도 개발을 위해 열매의 성숙 정도에 따른 생리활성과 성분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즉, 성숙되는 동안의 복분자딸기 열매를 7단계로 나누어서 이들의 생리활성과 성분을 측정하였다. 항산화 활성을 조사하기 위해서 자유래디컬 소거능과 환원력을 측정하였고, 성분을 조사하기 위해서 비타민 C 함량, 총 페놀 함량 및 환원당 함량을 측정하였다. 실험에 사용한 복분자딸기 열매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자원육성부의 복분자딸기 클론보존원에서 성숙의 시기별(7단계), 클론별(S-13, S-14, S-16)로 나누어 채취하였다.
열매의 성숙이란?
나무는 성숙함에 따라 여러 가지 호르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 중에서 열매의 성숙에 관여하는 중요한 호르몬은 에틸렌(ethylene)으로 이것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메티오닌(methionine)으로부터 식물에 의해 생성되는 가스이다.
에틸렌은 간단한 구조의 탄화수소 가스(hydrocarbon gas)로 열매를 성숙하게 하며,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 가스는 열매 내에 함유되어 있는 효소들의 함량을 증가시킨다.
아밀라아제(amylase)는 전분을 당으로 가수분해시키며, 펙티나아제(pectinase)는 펙틴(세포들 사이의 접착제)의 분해를 촉진시킨다. 이러한 펙틴의 분해로 인해 열매 세포들 사이가 분해되어 열매의 물성변화를 일으켜서 열매가 잘 분리되며 연화 현상이 일어나 부드러워진다. 클로로필(chlorophyll)은 가수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가 형성되므로 클로로필의 함량은 열매 성숙에 대한 지표로도 이용된다. 카로티노이드의 형성에 의해 새로운 색소물질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로 인해 열매의 표면색이 변화되어서 빨강이나 노랑 혹은 청색으로 바뀐다. 카로티노이드는 이소프레노이드(isoprenoid) 분자로서 일반적으로 모든 광합성 조직에 분포하며, 색을 가진 카로티노이드는 화분을 수정하거나 종자를 분산시키기 위한 유인자(attractants) 역할을 한다.
산(acid)은 키나아제(kinase)에 의해서 분해되어 신맛이나는 열매를 중성화시킨다. 효소들은 커다란 유기분자를 작게 분해시키며 이러한 결과로 인해 물질이 방향성이 되고 공기 중으로 분산되어 향기가 나게 된다.
열매의 성숙에 따른 형태적 변화
복분자딸기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 동안의 항산화 활성 및 이와 관련된 성분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 열매의 성숙 단계를 7단계로 나누었으며, <그림 1>에 각각의 단계에 따른 열매의 형태를 나타냈다. <표 2>는 열매가 성숙하는 과정 동안의 열매 무게와 지름을 측정한 결과이다. 열매의 무게와 지름은 열매가 형성된 30일까지는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다가 마지막 단계인 완숙 단계에서는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열매의 성숙에 따른 생리활성 변화
◦자유래디컬 소거능
유해산소라고도 하는 활성산소종은 호흡 등과 같은 일반적인 신진대사에 의해 세포에서 생성되는 배기가스이다. 이러한 활성산소종은 수퍼옥시드 래디컬, 하이드록시 래디컬과 같은 자유래디컬의 형태이거나 과산화수소와 같이 쌍을 이룬 전자를 가진 화합물의 형태이다. 이것은 생물분자를 공격하여 세포나 조직에 피해를 준다. 이러한 활성산소는 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기도 하며 여러 종류의 질병을 야기한다. 그러므로 활성산소종의 하나인 자유래디컬을 소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물질들은 이러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화합물들을 항산화 물질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자유래디컬 소거능이 높으면 이에 따라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능력도 우수하다.
복분자딸기 열매의 항산화력이 우수한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 성숙 시기별로 수집한 복분자딸기 열매의 자유래디컬 소거능과 환원력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열매가 형성된 10일 후의 자유래디컬 소거능이 높아 완숙과와 비교하여 항산화 활성이 우수함을 알 수 있었다. 즉, 약용으로 복분자딸기를 이용하기에는 완숙과보다는 미숙과가 더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원력
환원력은 항산화 활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환원력을 측정함으로써 항산화 활성을 예측할 수 있다. 복분자딸기의 각 시기별 환원력을 측정한 결과 자유래디컬 소거능의 측정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줌을 알 수 있었다. 즉, 열매가 형성된 10일까지의 환원력이 가장 높았으며, 그 후 점차 감소하여 열매가 형성된 37일의 환원력이 가장 저조하였다. 따라서 본 실험의 결과 미숙과의 환원력이 완숙과의 환원력에 비해 우수함을 알 수 있었다.
열매의 성숙에 따른 성분 변화
◦비타민 C 함량
수용성 비타민 중의 하나인 비타민 C는 약산으로 L-아스코르브산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동식물들은 글루코오스에서 비타민 C를 만드는 효소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은 이러한 효소가 없기 때문에 음식물로부터 직접 섭취하여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제공된 음식섭취 권장량에 대한 지침에 의하면 하루 90mg의 비타민 C를 섭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열매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자원이며 이 중 복분자딸기 열매에 함유된 비타민 C는 100g당 38~57mg 정도로 사과의 9배, 귤의 2배 정도이다. 복분자딸기의 성숙과정 동안 비타민 C 함량 변화를 측정한 결과 미숙과와 비교하여 완숙과의 비타민 C 함량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복분자딸기를 비타민 C의 자원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수정 후 5일에서 15일 사이의 열매가 적절함을 알 수 있었다.
◦총 페놀성 함량
페놀성 화합물의 총량을 나타내는 총 페놀성 함량은 항산화 활성과 관련이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페놀성 화합물에는 플라보노이드, 페놀 산, 리그난 등의 화합물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방향환을 골격으로 수산기나 케톤기 등이 치환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총 페놀성 함량이 많을수록 항산화 작용이 증가하므로 유용한 성분이다.
복분자딸기의 성숙기 동안 총 페놀성 함량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g당 260ug에서 46ug으로 감소하여 완숙과가 미숙과에 비해 5배 가량 적게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미숙과가 완숙과에 비해 총 페놀성 함량이 높으므로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원당 함량
환원당은 포도당, 과당, 맥아당 등과 같이 케톤기나 알데히드기를 가진 당류로 환원될 수 있는 말단을 가지고 있다. 열매의 당도는 그 환원당 함량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환원당을 측정함으로써 그 열매의 당도를 예측할 수 있다.
열매의 당도와도 관련이 있는 환원당을 측정한 결과 열매가 성숙하는 단계에서는 환원당 함량이 거의 증가하고 있지 않다가 마지막 단계인 열매가 형성된 37일 만에 환원당의 함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복분자딸기의 성숙단계 중 마지막 단계가 적합할 것이다.
맺음말복분자딸기의 열매는 그 성숙 정도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즉, 미숙과는 약용으로 사용되며 완숙과는 식용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효율적인 복분자딸기의 이용을 위해서는 적절한 성숙단계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분자딸기 완숙과는 항산화 활성이 낮고 총 페놀성 함량이 미숙과에 비해 적게 함유되어 있지만, 당도와 관련이 있는 환원당 함량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분자딸기 미숙과의 경우, 당도는 떨어지나 항산화 활성이 우수하고 비타민 C 함량과 총 페놀성 함량이 높으므로 약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실수 및 과수의 열매 이용에 있어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사용도 중요하지만 그 열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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