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2월 9일 비행기로 서울 김포를 떠나 부산 쪽으로 갔다. 그 부근 그리고 경남 일부에 자라는 노거목을 볼 작정이었다.
우리 나라에는 음나무(Kalopanax pictus)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에 고립목으로서 3건이 있으나 이곳 창원시 동면 신방리의 음나무(엄나무를 발음하는 것이 더 쉽다)는 여러 나무가 무리를 만들고 있어서 고립목의 것들과 성격을 다소 다르게 하고 있다. 신방리는 남해고속 국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고 이곳에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나아가면 주남저수지가 나타난다.

길가에 언덕이 있고 언덕 아래는 석축으로 되어 있으나 급한 경사 언저리에 오래된 팽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다. 언덕 위는 밭이다. 이 나무들의 뿌리는 크게 노출되어 있는데 오랜 세월동안 흙이 침식을 받아 계속 유실됨으로서 이와 같이 되었다. 뿌리는 지상의 육중한 수체를 지지하기 어려워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서 비대해지고 굴곡해 가면서 온갖 역학적 저항을 시도하다 보니 뿌리목 부근의 형상이 기이하게 되었다. 바람에 견디기 위해서 나무 줄기도 굽고 때로는 비스듬이 눕기도 하면서 강인한 삶의 저항을 연출하고 있다. 지상으로 노출된 굵은 뿌리의 껍질은 두텁게 발달해서 줄기처럼 되었는데 이것도 삶을 이어가기 위한 부득이한 변신이었다.
나무 높이는 18-19ｍ 쯤이고 가장 굵은 나무의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5.4ｍ에 이른다. 수피는 음나무 특유의 균열이 발달하고 몇 나무 높은 가지에는 까치가 집을 짓고 있었다. 음나무는 원래 무리를 만들지 않고 외따로 서서 살아가는 생태적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는 그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짐작이지만 이곳에 난 음나무를 사람들이 보호하고자 다른 나무의 세력을 억제해 준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음나무는 어릴 때 가지에 무서운 가시를 발달시킨다. 사람들은 생각하기에 무서운 잡귀신들은 이 나무의 가시를 보고는 크게 놀라 도망할 것이라 보고 지난날 이 나무의 가시달린 가지를 안방 문틀 위쪽에 달아두는 습속이 있었다. 재미나는 것은 사랑방 문에는 달지 않고 안방 문 위에 달아둔다는 것인데 이 나무가지는 특히 안방을 노리는 귀신을 물리치는데 한 힘 쓴 것으로 안다.
음나무는 종자가 바람에 날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까지 날려가고 좋은 땅을 찾게 되면 쉽게 자라서 큰 나무로 된다. 신방리의 음나무는 토양유실을 막아 더 이상 입지의 악화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